8월은 노숙자처럼 게으르고 텃밭에는 상추와 쑷갓이 속성으로 자란다. 그는 8월의 첫째날,자신의 몽타주만 남기고는 사라졌다. 누군가 그녀의 집 현관문을 세차게 두드렸을 때, 그녀는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양파를 칼질하고 있었다. 탁, 탁, 탁. 그녀의 집 안은 양파를 칼질하는 소리만이 주기적으로 들려오고 있었고, 그녀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었다. 현관문 두드...
“할아버지. 또 기다리고 있는 거야?” 아침에 눈을 떠 할아버지가 누워있던 자리로 고개를 돌리자, 역시나 할아버지는 없었다. 항상 그래왔듯 할아버지는 새벽부터 일어나 밤 사이 굳어진 허리를 두드리며 이불을 개었을 것이다. 내가 깨지 않게 조심히 이불을 한켠에 놓고, 할아버지는 또다시 방을 나서 마당으로 향했을 것이다. 아직 해도 다 뜨지 않은 시간에, 할아...
형은 또다시 떠났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형은 내게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집을 나섰다. 미처 다 닫히지 못한 형의 방문 사이로 비릿한 생선 냄새가 풍겨온다. 날생선의 비릿한 냄새, 그것은 형에게서 나는 유일한 냄새였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에 나선 순간, 나는 형이 또다시 공장으로 일을 하러 갔음을 알 수 있었다. 형이 있을 때는 굳게 닫혀져 있던 형의...
우울하다 어제 오늘 많이 우울했던 것 같다 왜 우울한지 나는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우울하다 나는 기분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성격인가보다 사실 나도 느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한다 가끔은 너무 심각해서 내 자신한테 또라이냐고 묻고 싶다 ^^,, 기분이 좋으면 벌떡 일어서서 춤추고 또 갑자기 기분 안좋아져서 화낸다 뭐지 이 당...
요즘에는 낮잠자는 걸 좋아한다 예전에는 아침부터 일어나서 한숨도 안자고 밤까지 끊임없이 뭔가를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날도 무덥고 몸이 축 늘어져서 그런지 쉬는 게 좋다 오전 늦게 일어나서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다가 핸드폰으로 영화도 짤막하게 보고, 책도 몇 쪽 읽다가 늦은 아침을 먹은 뒤 교보를 가거나 학원을 가거나 ··· 집에 다시 돌아오면 침대...
집 앞 편의점을 지나친 것은 그 무렵의 새벽이었다. 난 나갈테니까, 알아서들 살아. 아버진 그렇게 얘기했다. 아버지의 입에서 그 말이 뱉어졌을 때, 마음 속으로는 큰 환호성을 내질렀지만 따져보면 좋을 것도 없었다. 아버지만이 그녀의 학원비부터 생활비까지 대주는 유일한 돈줄이였으므로. 그런데요, 아버지. 나가시는 건 좋은데요. 다달이 돈이라도 붙여주시면, 안...
곱사등이 한 여자가 내리쬐는 햇빛을 봉긋한 등으로 밀며 뒷걸음질로 걸어간다. 햇빛은 더욱 강하게 타오르고, 여자는 햇빛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등을 공처럼 구부린다. 여자가 향하는 곳은 여자가 운영하고 있는 작은 술집이다. 남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술집 외부에 놓여진 나무테이블에 앉아 술잔을 비워가며 여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낮부터 농도가 센 술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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