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 좋은 아침이에요. 아니 좋은 점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열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거든요 오늘은 새벽부터 일어나 기차역으로 향했어요 지하철 안에서 이어폰을 꼽고 노래를 듣다가 나도 모르게 잠에 들어버렸어요 얕은 잠에서 깨어나니 어느새 기차역에 거의 도착해 있더군요 지하철에서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뛰었어요 기차 시간이 십 분밖에 ...
“그러니까 외계인 씨의 말씀은, 사실 지구인들이 모두 외계의 다른 행성에서 온,” “아, ‘그냥’ 행성이 아닙니다. 제타별, 네. 제타별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네, 그러면 외계인 씨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몇 달 뒤 지구에 최악의 전쟁이 터질 것이고 그로 인해 지구인들은 모조리 다 죽어버릴 것이다, 그런데 사실 지구인들은 수억...
현석이 자살에 성공했다. 휴대폰 화면에서 그 문장을 보았을 때, 그는 온몸이 서서히 경직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휴대폰을 든 채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몇 번씩 한 손으로 눈가를 비볐다. 며칠 째 세수를 하지 않은 탓에, 눈을 비빌 때마다 딱딱하게 굳은 눈곱이 떨어져나왔다. 그는 그 눈곱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그 순간, 휴대폰을 떨어트렸다. ...
새로운 여자가 들어왔다. 고시원 내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즈음부터였다. 그시각, 지원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옆방에서 지내는 <김검사>는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바로 방문을 두드리는 탓에, 지원은 면을 한가닥씩만 입에 넣을 수 있었다. 다 불어 터지겠군. 지원은 그러한 생각을 하면서도 면을 끊임없이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이 ...
이사를 가기로 결심한 것은 약 한 달 전이었다. 남자는 그 날,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새벽 즈음 집을 돌아왔었다. 술에 잔뜩 취해 돌아온 남자는 여느때처럼 화장실로 들어가 마른 세수를 하고 윗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침대라기에도 뭐한, 받침대도 없이 놓여져있는 매트리스 위에 몸을 던졌다.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삼십 분쯤 뒤였...
그녀가 식탁에 앉는다. 낡아서 덜컹거리는 식탁 위에는 빈 과자봉지와 음료수 캔 따위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그녀는 쌓여있는 과자봉지들을 옆으로 밀고, 그 자리에 냉장고에서 꺼내온 케이크를 올려놓는다. 그녀가 올려놓은 케이크는 며칠 전 유통기한이 지난 초콜릿 케이크다. 그녀의 남편이 결혼 5주년이라며 내민 바로 그 초콜릿 케이크. 그녀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케이...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동안 양평에 다녀왔다 출발하는 아침에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는데 기차 안에 있는동안 다 그쳤다 ( ̄▽ ̄)기차를 7시간 넘게 타는 건 처음이었다,, 기차에 앉아서 창 밖을 바라보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내가 미처 가보지 못했던 곳들 기차를 타고 그냥 지나가기만 하는 곳들 그곳들이 너무 예쁘고 신기해서 한참을 보고 또 봤다 양평역에 도착...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큰 나비를 그려달라고 했다. 그녀는 나비가 가진 가벼운 외피를 획득하고 싶었다. 아무도 방해할 수 없는 완벽한 자유랄까, 아니면 그 무언가. 그녀는 그러한 것이 필요했다. 그녀가 가방 안에 넣어온 인쇄물을 꺼내 보여주었을 때, 그녀의 반대편에 서 있던 남자는 멍하니 그 인쇄물을 내려다보았다. 남자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은 채 인쇄물을...
아버지는 다짜고짜 욕을 내뱉었다. 그가 바라본 아버지의 얼굴은 이미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깊게 패인 주름들은 더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흠칫 놀라 아버지의 얼굴을 몇 초간 공허히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엎드려있던 자리에서 곧장 서랍 쪽으로 기어가기 시작한다. 머리를 이용해 3단짜리 나무 서랍을 바닥에 쓰러뜨린 아버지는 또 한 번 욕을 내뱉는다. 아니, 욕...
시간이 지날수록 무기력해진다몸도 , 마음도 무기력해진다 아니 , 무기력하다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다 털어놓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 짠하고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나조차도 믿을 수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또한 나에 대한 것을 쉽게 내뱉기가 무섭다무섭다 힘들다 지친다 요즘 글쓰기가 어렵다 원래 어려웠지만 요즘들어 너무 힘들다 써가면 실패하...
계절과 시차가 다른 곳. 우리는 다른 별에서 살고 있는 나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는거야. 아니, 우리가 아닌가? ‘나’라고 해야하나? 그를 마주친 건 오늘 오전의 일이었다. 좁은 골목길에서, 그와 마주친 것이었다. 눈썹을 덮은 덥수룩한 머리카락과 초점이 잡히지 않은 맹한 눈동자, 바싹 마른 입술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나는 햇빛 탓에 온몸에 땀이...
그는 냉동창고 안에서 발견되었다. 냉동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생선처럼. 냉동보관 된 그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얼굴과 몸은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그는 마트에 진열된 생선들처럼, 나체의 몸으로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연락을 받은 것은 어젯밤이었다. 그녀에게 연락을 한 경찰은 마땅한 보호자가 없어서 말입니다, 하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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